기획/대담

[생전인터뷰] "교회를 개혁하려면 신학교육부터 바로 잡아야"

서광선 박사, <베리타스> 제2대 회장 취임 인터뷰 (2)

편집자 주] 본지는 제1대 이장식 박사(한신대 명예교수)의 회장 임기만료에 기하여 제2대 회장으로 이화여대 명예교수이자 본지 논설고문인 서광선 박사를 모셨다. 서광선 회장은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해방정국, 군사독재정권, 민주화시대를 거치면서 하나님 나라와 그 의로움을 구하는 삶을 올곧게 살아왔다. 그리고 다년간 이화여대에서 후학을 양성했고 엄혹한 군사독재 시절에는 정의와 평화를 외치다 해직 당하기도 했다. 본지는 이러한 서 회장의 연륜과 철학 및 신학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하나님에 대한 신앙이 함께 어우러져 기독교 언론의 방향을 계도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서 회장의 취임을 기념하며 서 회장의 언론관, 신앙관, 사회관 등을 들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대담 자리에는 김진한 대표와 이인기 편집국장이 배석했다. 1부에 이어 2부를 전재한다. (대담 정리 = 지유석 기자)

-. 한국 교회는 무엇보다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어디에 있는지 깊이 고민하고 기도해야 함에도 오히려 우상을 만들고 정치적 반사이익을 취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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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 김진한 기자)
▲베리타스 2대 회장에 공식 취임한 서광선 박사가 취임 인터뷰에 임하고 있다.

최근 한국교회는 성소수자, 이슬람 확산을 경계하는 눈치다. 그러나 이들은 민주주의를 이루는 한 구성원이다. 개신교는 다수의 교파가 존재한다. 이건 개신교의 장점이다. 각 교파는 성령의 인도하심대로 양심에 따라 성경을 해석하면서 비롯됐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민주주의의 다양성과 포용성이다. 교파란 경계를 넘어 이방인마저 사랑했던 하나님의 사랑까지 미치지 못하면 교회는 반쪽으로 전락하고야 만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종북몰이와 마찬가지로 성소수자를 마치 장애인으로 낙인찍는 행태는 약자에 대한 탄압이다. 가부장제가 다수이고, 그래서 소수자를 이단으로 배제해 소멸시켜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한국교회는 사회적 존경을 잃게 될 것이다. 이 문제는 신앙에 앞서 인권과 평화의 문제다.

타종교에 대한 태도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 기독교가 핍박 받았던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 초기 가톨릭이 전해졌을 때, 유교의 이름으로 얼마나 큰 희생을 치렀던가? 많은 희생을 치렀다고 타종교를 이단시하고 탄압하는 사고는 하나님 나라에 걸맞지 않은 것 아닌가?

최근 여성 신학자들이 성소수자를 주제로 성경 주석서를 낸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런 움직임은 여성들이 하나님의 자녀로서 정체성을 되찾고 한국교회가 새로 나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으며 항상 개혁해야 하는 개혁교회 운동으로 전개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 관점에 따라 해석은 다를 수 있다. 그러나 이를 표면화는 방식이 폭력적이고 배타적인 게 문제라고 본다. 왜 이런 식으로 반응한다고 보는가?

이 같은 태도는 열등감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기독교가 열등감을 가질 필요가 어디 있는가? 존재감을 표현하려는데 잘 안되니 배격하는 것이다. 신학교에서 공부하던 시절, 조직신학을 가르치던 선생님의 가르침이 떠오른다. 선생님께서는 타종교와의 문제에서 먼저 자기 신앙에 자신감을 가지라고 주문했다. 무슨 말이냐면 내가 믿는 기독교 신앙과 신학에 대해 늘 되물으며 확고한 신앙관과 자기 정체성을 가질 때 타종교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서 말하는 확고한 신앙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열린 신앙이다. 이 가르침을 아직도 기억한다. 여기에 비추어 볼 때 배격하는 태도를 취하는 건 자기 신앙이 확고하지 못하다는 방증이다.

기독교 신앙이 '을'이면 어떤가? 예수는 철저한 을이었다. 아니, 을 정도가 아니라 '병'까지 갔다. 이 같은 신앙을 갖고 십자가 앞에 설 때 용서하지 못할 게 없고, 또 포용 못할 종교는 없다고 본다. 사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십자가는 쉽지 않다. 예수는 쉽지 않은 십자가를 짊어졌다. 정말 우리가 새겨서 명심해야 할 일이다.

하나님 나라와 가장 가까운 제도는 민주주의

-. 지난 정권에도 공과가 있었는데, 새 정부에게 바라는 정책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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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 김진한 기자)
▲베리타스 2대 회장 서광선 박사가 최근 종로 5가 신문사 사무실에서 진행된 공식 취임 인터뷰에서 편집국장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태극기와 성조기를 나란히 들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던 기독교 세력이 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새 대통령 취임을 축하하는 대부흥회를 계획한다고 들었다. 태극기를 들었던 사람들이 촛불로 탄생한 정부를 축하한다? 이런 게 바로 한국 기독교의 적폐다. 즉, 정권에 아부하고 유착해 살아남으려 한다는 말이다.

정교분리는 정부와 교회 모두에게 적용된다. 모두 거리를 둬야 한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조찬기도회 석상에서 목사가 대통령을 향해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선포하는 기독교가 필요하다. 위르겐 몰트만이 이 주제에 대해 말한 바 있는데, 인간이 만든 제도와 이데올로기 가운데 하나님 나라에 가장 근접한 건 바로 민주주의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말이다.

예수께서는 하나님 나라를 선포했다. 교회는 이 같은 기준을 가지고 어떤 정권이든 비판하고 경계하고, 도와주는 입장에 서야 한다고 본다. 정부가 권력을 휘둘러 특정 종교를 국교로 지정하지 않거나, 또 다른 특정 종교를 탄압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게 바로 헌법정신이다. 다시 말하면 종교는 하나님 나라의 신학을 통해 예수께서 선포하신 정치신학의 관점에서 정부를 비판하고, 지원하는 입장에 서야 한다.

그동안 박정희 독재정권에서 박근혜 전 정권에 이르기까지 한국교회가 예언자적 입장을 취했고, 이런 이유로 탄압과 희생, 고문을 감수해야 했던 역사가 있다. 새 정권이 촛불정신으로 탄생했고, 민주주의를 표방했다고 해서, 또 친종교적 성향을 띠었다고 해서 예언자적 역할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기독교가 정치와 결탁해서 권력을 쟁취하려 하기보다 하나님 나라 입장에서 예언자적으로 정치에 참여하고 비판세력으로서 새 정부가 민주주의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발언하고 행동해야 한다.

-. 기독교, 특히 보수 기독교 세력이 권력에 아부하는 행위를 합리화하려고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는 로마서 13장 1절 말씀을 자주 동원했다. 이 말씀이 어떤 의미인지에 대해 신학적 방향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탄핵 정국에서 보수 성향의 사람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나란히 들고 '종북정부 물러가라'고 외쳤다. 사상과 언론의 자유로 포용하는 수밖에 없다. 그게 민주주의다. 이런 기독교 세력이 있다는 게 가슴 아프고 속상하지만, 그럼에도 불상사를 일으키지 않고 대화하고 평화적으로 접근해 나가야 한다.

-. 앞서 언급하셨지만 올해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뜻 깊은 해를 맞는 교회가 새로이 인식해야할 지점이라면? 그리고 한국교회 개혁을 외치는 목소리가 높아만 가는데, 이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종교개혁자들은 계속적인 개혁을 말했다. 따라서 오늘 계속해서 종교개혁을 왜 해나가야 하는가 하는 고민 없이 종교개혁 500주년을 말하는 건 공허하다. 교회가 자체 개혁은 물론 민주화와 이를 통한 사회개혁을 가져올 수 있는 개혁운동을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사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한국교회가 복음을 받아들였던 바로 그 시점에서 가진 생각이었다. 이 전통을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으며 새로이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한국교회 개혁을 위해선 무엇보다 신학교육이 달라져야 한다. 일부라고 치부할 수 있겠지만 교권주의가 한국 신학교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신학교육이 제대로 이뤄져야 케리그마가 됐든, 코이노니아가 됐든, 디아코니아가 됐든 목회자들이 올바른 교회관을 정립할 수 있을텐데 말이다.

신학교육이 교권화하면 반드시 부패한다. 한국 교회가 예수 정신을 상실한 근본원인도 따지고 보면 신학교육의 교권화에 있다. 무엇보다 하나님 나라와 아무 관계없이 교단 눈치나 보며 신학교육을 하는 관행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두 번째가 대형교회의 소형화다. 작은 교회 운동이 활발한 것으로 아는데, 이 같은 운동이 더 확산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교회에서 성경 공부를 제대로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 마지막으로 우리 신문사가 집중적으로 관심을 기울였으면 하는 분야가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포부도 한 말씀해주시길 부탁드린다.

기독교 언론사가 목회자들의 설교 갱신 운동에 나설 수 있다고 본다. 이를테면 예언자적인 설교의 모범을 <베리타스>에 게시하고, 내려 받을 수 있게 하는 식이다.

그리고, 그간 해온 일 이상으로 하나님 나라 운동에 헌신하고자 한다. 기도로 격려해 달라. 소통하는 시민이 되겠다. 열심히 보고 비판해 달라. (끝)

이인기 ihnklee@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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