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강원용 목사, 좌우 치우치지 않고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 외쳐"

서광선 (이화여대 명예교수)

편집자 주] 6월9일(금)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강원용 목사를 추모하는 여해문화제가 열렸다. 문화제 중 강원용 목사 평전 시리즈의 출간 기념행사가 진행됐으며, 기념예배에서 서광선 이화여대 명예교수가 기도를 했다. 기도에서 서 교수는 강 목사의 일생에 대해 평가했다. 서 교수의 동의를 얻어 기도문을 전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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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사진 = 지유석 기자 )
여해 강원용 목사의 삶과 사상을 다룬 평전이 출간된 가운데 9일 오전 서울 중구 순화동 다목적 문화공간 순화동천에서는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맨 오른쪽부터 김언호 한길사 대표, 박종화 경동교회 원로목사, 박근원 박사.

사랑의 하나님, 감사합니다.

저희들이 태어나서 아름다운 문화와 배달의 정신과 생명을 부어주신 한반도를 선물로 주시고 몸 바쳐 충성을 다할 수 있는 나라를 주신 것 감사합니다.

이 땅에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물로 보내주셔서 저희들로 하여금 하나님 나라의 정의와 자유와 평화를 희망하고 기도하고 일할 수 있게 하신 은혜, 감사합니다.

그리고 강원용 목사님을 이 땅에 태어나게 하신 것, 오늘 목사님의 100년 생신을 축하하게 하시고, 무엇보다, 강원용 목사님을 우리에게 주신 은혜, 다시금 감사드립니다.

지난 100년의 우리나라 역사는 비극의 역사, 환란의 역사였습니다. 목사님은 이 격랑의 역사, 위기와 시련의 역사를 한 몸에 지고, 가슴에 품고, 높고 깊은 무서운 파도를 헤치고 싸우며 살아오셨습니다.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셔서, 민족을 사랑하고 민족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서 조선 사람으로 떳떳하게 살아야 한다는 다짐으로 자랐습니다. 이국땅 만주에서 애국애족하는 선생님들과 동기들과 나라 사랑을 배웠고 일제의 착취에 시달리는 동포들의 해방과 구원을 위해서 싸워야겠다는 혁명의 꿈을 키웠습니다.

일본이 패망한 뒤 해방 된 한국 땅은 공산주의 소련과 자본주의 미국의 손으로 두 동강이 났습니다. 해방 정국은 해방의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갈등과 정쟁과 암살과 좌우학생들의 싸움 속에서 강원용 목사님은 일찍이 자신의 사상과 이념을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나라 신앙과 신학으로 무장하고 그리스도를 향한 지조를 지켜냈습니다.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않았고, 우왕좌왕하지도 않았습니다. 어디까지나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를 중심에 두고, 험악한 정치적 격랑 속에서 큰 스승이시며 선배 되시는 김재준 목사님을 모시고 경동교회를 세우시고,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셨습니다. 그는 강단에서 불의한 정치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모든 인간을 하나님의 자녀로 존중하는 인권과 자유를 외쳤습니다. 그의 우렁찬 음성은 빈들에서 외치는 예언자의 음성이었고, 세례 요한의 하나님나라 선포였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크리스챤 아카데미가 있기에, 수원의 아카데미에서 군사독재의 고도 경제성장의 그늘에서 신음하는 어린 노동자들이 인간으로서의 대접을 받게 되는 훈련을 받으면서 인간이 인간대접을 받는 세상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힘이 생기고 꿈을 키우고 희망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강원용 목사님은 군사 독재 유신 정권 밑에서 감옥에 가야하고 고문을 당하고 해직되는 젊은 학생들과 지성인들과 목사들의 희망이었습니다. 강원용 목사님이 살아 계시고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믿음으로 우리는 희망을 잃지 않았습니다.

목사님은 예수님이 당한 마귀의 시험에 굴종하지 않았습니다. 돌덩어리로 빵을 만들어 배고픈 민중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유혹에 빠지지 않았습니다. 목사님은 권력자들의 유혹을 물리치셨습니다. 목사님은 하나님을 시험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힘으로, 우리 신앙으로 오로지 하나님의 말씀으로 모든 시련을 이겨냈습니다. 그리고 끝내 하나님을 향한 신앙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의 승리였습니다.

사랑의 하나님,

오늘 우리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강원용 목사님의 100년을 기리는 저희들에게 다시 한 번 힘을 주시고 지혜와 용기를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기 위해서 광화문 광장에 촛불을 들어 올리고 어둠의 세력을 밀어 낸 하나님의 백성들이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를 만들어 나가고 강원용 목사님이 살아생전 눈물로 설교하시며 외치신 사랑과 정의가 강물처럼 넘쳐흐르는 세상을 저희들에게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분단의 철조망을 끊고, 나라다운 나라에서 사람다운 사람답게 살아가게 하시옵소서.

그때까지 우리 강원용 목사님은 우리와 함께 계실 것입니다. 우리를 지켜보실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힘이 생깁니다. 그러므로 오늘 우리는 강원용 목사님을 모시고 즐겁고 기쁘고 행복합니다. 주여, 저희들 가운데 사랑과 은혜로 오시옵소서.

이 모든 말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하옵나이다.

아멘.

이인기 ihnklee@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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