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크리스천북뉴스 추천도서] 교회를 새롭게 하는 성령

방영민 목사(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열린교회 목사)

스탠리 하우어워스, 윌리엄 윌리몬 | 김기철 역 | 복있는사람 | 152쪽 | 1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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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복있는사람)
▲성령

오늘날 우리 시대 교회에는 거룩한 성령의 역사가 일어나고 있을까? 필자는 의문스럽다. 성도는 성령의 역사로 거듭나 믿음을 소유하게 되는데, 요즘 교회의 성령은 존재의 변화보다 삶의 개선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것 같다. 예수께로 인도하는 성령은 성도가 예수로 인해 그저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기보다 거룩하게 살기를 도와주는데, 오늘날 교회의 성령은 그 반대인 것 같다.

성령님은 우리에게 세상과 구별되게 하시고 하나님 나라 백성의 정체성을 심어주신다. 그분은 하나님과 우리 사이를 화목시키셔서 하나님과 동행하고 지속적으로 그분의 인도와 보호를 받게 하신다. 무엇보다 성령님은 우리를 십자가로 이끄시어 우리가 의인이기 전에 죄인이었다는 것을 각인시키신다. 그리하여 우리의 위치를 명확히 해주셔서 교만하지 않고 오늘도 십자가의 사랑을 현재적으로 살게 해주시는 분이다.

그러나 오늘날 교회의 성령은 여전히 신비주의에 휩싸여 있고, 이제는 더 나아가 세상의 정신에 갇혀 있다. 이전부터 방언과 치유와 천국 증언과 금니 소동과 쓰러지는 집회 등 기이한 현상이 성령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났고, 이제는 번영신학과 함께 신분상승과 인생역전을 도와주시는 분으로 비춰지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과연 예수님의 생애 전체를 이끄시고 주님의 승천 후 제자들을 위해 보내신 성령님은 그런 일을 하시는 분이신가?

이 책은 최고의 신학자 스탠리 하우어워스와 최고의 설교자 윌리엄 윌리몬의 공동 저작으로, 현재 우리가 잃어버린 성령님의 본질에 대하여 다루고 있다. 인간의 생각을 뛰어넘는 다양하고 폭넓은 성령님의 사역을 다 다루지는 않지만, 이 책은 이 시대 교회가 꼭 기억해야 할 성령님의 사역을 보여준다. 천지가 창조될 때 하나님의 영이 수면 위에 운행하셨듯이 그분은 지금도 교회 위에 운행하길 원하시는데, 이 시대 교회는 그것을 놓치고 있다고 경고한다.

책은 총 4부로 구성이 되었다. 1부 '삼위일체: 성령에 대한 바른 사고'에서는 성령에 대한 역사적 회의를 통해 '성령은 하나님'이심을 다룬다. 또한 오순절 신학의 성령은 체험주의적이고 열광적이며 신비적이라는 곤경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여기서 강조되는 것은 성경에서 말하는 성령에 대해 가르쳐 주고, 성령이 어떻게 복음서의 구성 및 정황과 상호작용하는지 살펴서 성령의 특성을 드러낸다.

필자는 여기서 하나님의 성령은 예수의 생애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과, 그분의 몸 위에 하나님이 영이 임했다는 부분에 관심이 갔다. 왜냐하면 실제 예수님은 성령으로 잉태되셨고, 세례와 십자가 지심과 승천까지, 그분의 삶은 성령의 도움 없이는 이해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그분의 몸 위에 성령이 임했다는 것은, 하나님의 영이 예수의 내면만 거룩하게 한 것이 아니라 그가 행하는 모든 삶이 거룩하심을 나타낸 것이다.

또한 그분은 교제하는 영으로 '삼위'가 서로 사랑으로 존재하는 분임을 증명한다. 아울러 성령은 예수의 기도를 돕는 분이셔서, 예수께서 기도를 통해 위로부터 사랑과 능력을 공급받아 이 땅에서 승리하게 하셨듯 우리 또한 그렇게 도우신다. 그리고 예수를 생각나게 하는 성령은 늘 성도를 진리로 인도하고 십자가를 기억하게 하여, 하나님의 극진하고 한결같은 사랑의 확신 속에서 살게 한다.

2부 '오순절: 교회의 탄생'에서는 예수의 몸 위에 임한 성령께서 이 시대 교회 위에도 임재한다는 것을 다루고 있다. 여기서는 하나님의 교회는 성령을 통해 세상을 위한 몸이 되어 지속적으로 예수 그리스도가 주이심을 선포하는 증인 공동체라는 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두 가지의 오류가 있었다. 하나는 '가현설'로서 교회는 정치적 권력을 탐내는 교회를 추구했다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에비본주의'로서 교회가 인간의 제도이며 사회에 종속된다고 보았다.

그러나 저자는 여기서 교회는 자기만족을 넘어서는 것이며, 세상에 침투하여 경건과 거룩을 드러내야 한다고 말한다. 교회는 깊이 잠든 곳이나 분주한 곳이 아니라, 세상으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는 곳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성령께서는 교회에 계속적으로 활력을 부어주고 진리를 계시해 준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가 기억해야 될 성령의 본질은, 자기만족과 현실에 빠진 교회에게 심판이 있다는 것이다.

3부 '거룩함: 성령 안의 삶'에서는 성경에서 말하는 거룩함에 대해, 개인이 성취하는 업적이 아니라 공동체가 하나님의 영광과 거룩하심을 비추는 것으로 설명한다. 성령은 이 거룩함을 수행하는 분이셔서, 이스라엘이 하나님과 친밀함을 유지하게 하고 하나님의 계획에 따라 살아가도록 이끌어 준다. 그리고 성령께서는 예수를 따르는 교회의 구성원들에게도 이러한 삶을 도와주셔서 공동체로 살게 하신다.

그리고 성령께서는 폭력으로 다스리는 세상에서 서로가 화해하고 우정으로 살도록 돕는 분이시다. 성령을 힘입어 산다는 의미는 누구보다 우월해지는 일이 아니라, 서로를 의지하고 양보하며 함께 공동체를 세워가는 일을 말한다. 또한 거룩해진다는 것은 서로에게 맡겨진 책임을 다하는 것이고,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사랑하셨듯 우리도 서로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이다.

4부 '마지막 일: 종말론적 백성의 삶'에서는 성령이 세례의 물을 통해 우리를 그리스도 안에 있는 생명으로 인도하셨듯, 죽음의 물을 통해서도 우리를 인도하시고 하나님의 마지막 시간을 살게 하신다고 말한다. 또한 성령은 죽음이 지배하고 죽음의 공포가 있는 곳에서도 새 소망을 가지고 살게 하시고, 뭔가 왜곡된 세상에서도 온전한 교회로 존재하게 하시며, 예배자요 증인으로 인도하신다고 한다.

책은 이렇게 성령의 본질적인 사역을 삼위일체와 오순절과 거룩과 종말 등 네 가지로 드러내고 있다. 위에서 봤듯이 각 장의 특징과 주제들이 있다. 그러나 필자가 볼 때 책에서 드러나는 성령의 본질적 사역은 두 가지로, 하나는 교회를 세운다는 것이다. 요즘처럼 교회에서 성령의 사역이 사라졌고 하나님의 심판이 시작된 것 같다고 말하는 시대도 없다. 이미 타락한 정권을 향해 하나님의 진노가 나타났고, 이제는 교회 차례인 것 같다고 두려워하는 존경하는 학자의 말도 있었다.

그렇다. 성령은 교회 위에 임하셔서 역사하시는데, 세우기도 하시고 허물기도 하신다. 교회가 신비적이고 영적인 위엄을 강조하여 정권과 결탁하며 세속의 권세를 취득하는 권력형 제도가 된다면 하나님의 영은 숨이 막히실 것이고, 반대로 시대에 종속되는 문화기관으로 존재한다면 하나님의 영은 역사하지 못할 것이다. 더구나 교회가 폭력과 위선과 거짓과 혐오의 모습으로 드러난다면, 하나님의 영은 교회를 이끌어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성령은 이 시대에 교회를 세우길 원하신다. 그리스도 위에 성령이 임하셔서 예수를 통해 하나님의 뜻을 이루시고 하나님의 평화의 나라를 성취해 가셨듯, 오늘도 거룩하신 영은 교회 위에 임하여 하나님의 백성을 불러 새 창조를 이루어내셔서 세상에 평화를 이루어가는 교회를 만들기 원하신다. 다툼과 분쟁과 시기와 미움이 가득한 세상에서 옛 사람과 옛 습관과 옛 삶을 버리게 하시고, 생명과 사랑의 공동체를 빚어가기 원하신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고 그 몸 위에 하나님의 성령은 이미 부어졌다. 그러나 오늘날 그 교회에 하나님의 영이 역사하지 않는다면 그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삼위 하나님의 구원이 교회에서 펼쳐져야 하는데, 오히려 왜곡된 성령의 역사가 나타나고 미혹의 영이 교회를 잠들게 하며 병들게 하고 있지 않은가? 이 책을 통해 그리스도의 몸을 세우는 성령님의 역사를 함께 그려가게 되기를 바래본다.

두 번째는 성령은 공동체에 거룩을 이루신다는 것이다. 거룩은 단순히 구별이 아니라, 폭력과 거짓이 가득한 세상에서 우정을 나누는 공동체가 되는 것이다. 거룩은 교회가 자기의 이익만 생각하여 사사로운 곳이 되지 않고, 사회적 약자를 돌아보고 사회적 정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곳에 우정과 사랑을 베푸는 곳이다. 거룩은 교회를 통해 그 마을이 신실한 성읍이 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항상 교회 안에는 참된 신자와 거짓 신자가 있었고 선과 악이 존재했다. 그래서 교회의 목적과 역할을 훼방하고 복음을 변질시키는 어둠의 역사가 있었는가 하면, 교회의 거룩을 드러내고 복음의 능력을 발휘하는 성령의 역사도 있었다. 어둠과 죄의 세력은 늘 교회를 이기적이고 정치적 집단이 되게 하여, 세상의 정신으로 가득한 곳이 되게 하였다. 그곳에서는 평화가 아니라 전쟁이, 사랑이 아니라 미움이, 정직이 아니라 거짓이, 생명이 아니라 죽음이 더 어울리는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공동체를 거룩하게 하실 때가 반드시 있었다. 바로 성령님의 놀라운 부흥이 주어질 때였다. 인간의 힘으로 해결하지 못했던 죄들과 어둠의 역사들은, 성령님의 기름부으심이 있을 때 공동체의 거짓과 죽음의 세력은 사라졌다. 도저히 끊을 수 없이 꽈리를 틀고 있던 세상의 정신과 삶의 방식들은 이 거룩한 부흥 앞에 물러나게 되었고, 교회는 다시 회복되어 하나님의 영광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일어선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의 역할을 수행하며 하나님의 거룩과 구원을 이루어 갔다.

끝으로 필자는 '교회가 이 시대에 유일한 대안'이라는 희망을 붙잡고 있다. 그리고 창조 시에 역사하신 성령께서 지금도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 위에 운행하심을 믿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교회의 모습이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가주의에 가득찬 교회와 지도자들 때문에 많은 성도들이 미혹당하고, 교회를 사유화하는 세습은 여전히 하나님의 뜻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되고 있다.

교회가 지켜야 될 본질과 드러내야 할 거룩에는 관심조차 없다. 자기만의 만족과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다. 하나님께서는 교회신봉주의자가 되라고 성도를 부르시지 않는데, 어느새 교회는 우상이 되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숨을 내쉬는 분이신데, 세상의 정신으로 그 숨이 질식당하는 것 같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이 작은 책을 통해, 교회를 향하는 성령의 본질적인 사역을 생각해보길 원하는 자들에게 일독을 권해본다.

온라인이슈팀 newspaper@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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