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시국 논평] 박근혜는 파면이 마땅하다

분열 조장해 위기 빠져나가려는 지도자는 자격 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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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 지유석 기자)
▲서울 도심 일대는 주말이면 태극기와 촛불이 대립한다. 그러나 이 같은 대립은 탄핵위기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이 부추기는 경향이 강하다. 사진은 지난 달 25일 서울시청 광장 일대에서 열렸던 탄핵 반대집회.

3.1절 98주년을 맞이하는 1일, 거리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 와중에 맞이한 탓에 선동구호로 얼룩졌다. 이날 경찰 차벽은 완충지대나 다름없었다. 차벽 한 쪽 편에서는 태극기와 성조기, 심지어 이스라엘 국기까지 손에 든 이들이 ‘탄핵 무효'를 외쳤다. 차벽 맞은 편에서는 박 대통령의 조속한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 집회가 열렸다.

이를 두고 일반 언론에서는 대한민국이 두 동강이 났다고 대서특필했다. 사실 탄핵 정국의 와중에 찬반 여론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국민의 뜻은 압도적으로 탄핵 찬성이다. 지난 달 10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에 따르면 응답자의 79%가 박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직후에도 탄핵 찬성은 80% 수준이었다. 즉 2개월 넘도록 탄핵 찬성여론은 변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사뭇 살벌하게까지 들리는 탄핵 반대 구호의 실체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박 대통령 측이 국민과 국민을 갈라친다는 게 사실에 부합한다. 즉, 탄핵위기에 몰린 박 대통령 측이 지지자들을 결집시켜 국면전환을 노린다는 말이다. 현재 헌법재판소는 지난 달 27일 최후변론을 끝으로 평의절차에 들어갔다. 어떤 결론이 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런데 박 대통령 측이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건, 법정 공방에서 자신없기 때문은 아닐까?

사실이 그렇다. 법정은 증거와 증거, 그리고 법리와 법리 사이에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는 곳이다. 서로에게 유리한 증거를 재판부에 납득시키고, 혹시라도 불리할지 모를 증거를 무력화시키는 장면은 법정 공방의 백미다.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심각한 사안임은 분명했다. 따라서 높은 차원의 법리 공방이 벌어지리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적어도 공방이 시작되기 전에는 말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전망을 일축하기라도 하듯 공방은 어이없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 변호인단은 무더기 증인신청을 통한 시간끌기, 그리고 ‘종북' 선동 말고는 보여준 게 없다. 심지어 박 대통령 측 김평우 변호사는 "우리나라에 세월호 같은 재난 사고가 안 생기겠나"는 막말을 내뱉었다.

정당한 방법 보다 여론전에만 기댄 박근혜 씨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박 대통령에게 있었다. 탄핵 정국 와중에서 박 대통령은 단 한 번도 정정당당한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무엇보다 대국민담화에서 밝힌 검찰-특검 수사 협조 약속은 가볍게 집어 삼켰다. 그뿐만 아니다. 새해 첫 날 청와대 기자단을 불러 기습 기자간담회를 갖고 자신의 입장을 강변하는가 하면, 설 연휴가 임박한 시점에서 <정규재TV>라는 인터넷 방송 진행자를 불러들여 인터뷰를 가졌다. 박 대통령은 두 차례 대외 접촉을 통해 결백을 호소했다. 박 대통령의 의도는 뻔했다. 즉, 지지자들에게 결집을 주문한 것이다.

그런 박 대통령이 정작 공식 석상엔 나오지 않았다. 정히 탄핵소추가 억울했다면 대국민 담화나, 정식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입장을 강변했어야 했다. 그러나 청와대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선 기자들에게 촬영장비와 노트북 등을 금지시키는가 하면, 기자들의 질문엔 ‘간담회잖아요?'라면서 질문 자체를 원천 봉쇄했다.

박 대통령의 비겁함은 헌재 불출석에서 정점에 올랐다. 박 대통령은 헌재의 최종변론 기일 막바지까지 출석 여부를 흘리며 여론전을 펼쳤다. 헌재는 당초 지난 달 24일이었던 기일을 27일로 미루며 기회를 줬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대신 서면으로 최후진술서를 제출했다. 아래는 최후진술서 중 일부다.

"저는 이 땅의 모든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펼쳐 나갈 수 있고, 모든 젊은이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직장을 가질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 우리 후손들이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풍요로운 나라를 만드는 것이, 이 나라의 정치인으로서 그리고 대통령으로서 책임지고 해야 할 사명으로 생각하였고, 이를 이룰 수 있다는 확신과 믿음을 가지고 혼신의 노력을 다해왔습니다. (중략) 하지만, 지금껏 제가 해 온 수많은 일들 가운데 저의 사익을 위한 것은 단 하나도 없었으며, 저 개인이나 측근을 위해 대통령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하거나 남용한 사실은 결코 없었습니다."

▲ 공무상비밀누설, 인사권 남용 의혹 ▲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모금 의혹 ▲ 중소기업 특혜 ▲ 사기업 인사 관여 의혹 ▲ 언론자유 침해 의혹 ▲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행적 등 박 대통령의 혐의는 파면 팔수록 더 늘어나는 양상이다. 그러나 정작 대통령 자신은 이 모든 의혹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여기서 의문이 든다. 그토록 무고한데 본인 스스로 공개석상엔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오로지 지지자들을 향해서만 여론전을 펼칠까?

다시 3.1절 거리로 되돌아가보자. 다행스럽게도 태극기와 촛불 사이에 충돌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경찰이 봉쇄를 푼다면, 양측의 유혈사태마저 우려될 정도로 거리는 광기가 넘친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할 지점은 광장의 광기는 주로 태극기를 든 탄핵 반대 시위대들에게서 분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구호는 거침없다. 조선-중아-동아 등 보수 언론은 좌파에 물들어 있고, 심지어 검찰마저 정치적이라고 공격한다. 최순실 국정농단을 수사했던 박영수 특검팀, 그리고 최순실 테블릿PC를 처음 보도한 JTBC에 대한 적개심은 하늘을 찌른다. 최근엔 이정미 헌법재판소 소장 권한대행의 개인정보까지 공개하며 테러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이들의 광기는 박 대통령에 대한 맹목적 지지에서 나온다. 즉, 박 대통령의 심기를 조금이라도 다치게 한 모든 외부요소들을 향해 공격성향을 드러낸다는 말이다.

박 대통령은 이제껏 이런 자들을 거리로 내몰아 위기탈출을 노려왔다. 위기탈출을 위해 국민을 갈라치는 박근혜 씨는 이미 지도자로서 부적격이다. 박근혜 씨가 있어야 할 자리는 청와대가 아니라 감옥이다. 정신병원이면 더할 나위 없다.

그가 대통령으로서 저지른 패악질은 물론이거니와, 탄핵소추 가결로 직무정지된 지금까지 여전히 대한민국 공동체에 저지르는 패악질이 너무나도 심각하다. 이 비정상 상황을 끝내는 가장 빠른 길은 박근혜 씨의 파면과 사법처리다.

그러니 부디 헌법재판소 재판관께서는 그 어떤 협박에도 굴하지 말고, 또 그 어떤 정치적 고려도 배제하고 공평무사하게, 그리고 헌법정신에 따라 박근혜 씨를 파면하기 바란다.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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