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곡성' 나홍진 감독, '무명'에 투사된 그가 믿는 신은?

koksung_01
(Photo : ⓒ스틸컷)
▲나홍진 감독의 '곡성'의 한 장면. 영화 속 '무명'이 사건 현장을 지키는 경찰에게 돌멩이 집어 던지고 있다.

영화 '곡성(哭聲)'의 나홍진 감독이 자신의 작품에 성서 모티프를 적극 활용한 것이 신에 대한 그의 믿음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69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곡성'이 초청된 나홍진 감독은, 프랑스 칸 현지에서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각종 의문에 답하면서 신에 대한 그의 믿음을 고백했다.

'예수의 부활을 의심하는 구절'로 영화가 시작하는 것에 대해 나 감독은 먼저 "어려서부터 성경을 읽으며 자랐다"며 "영화의 주제를 표현하는 분명한 길을 보여 주기 위해 성경을 인용했다"고 전했다.

나 감독은 영화 속 인물 '무명'에 대해서는 "영화가 끝나고 나면, 관객들은 무명이 '선이냐 악이냐', '사람이냐 귀신이냐'를 논의하실 것 같은데, 이러한 질문들은 결국 신에 여쭙고 싶은 질문 아닐까"라며 "'도대체 당신은 선입니까 악입니까? 존재는 하시는 겁니까? 존재하신다면 왜 방관만 하십니까?'를 물어보고 싶었다"고 답했다. 일종의 신정론에 대한 감독의 고민을 담고 있는 캐릭터였다는 설명이다.

koksung_02
(Photo : ⓒ스틸컷)
▲영화 '곡성'의 한 장면.

나 감독은 이어 '무명'에 투사된 그가 믿는 신에 관한 이야기를 풀었다. 그는 "사건이 일어났을 때 쭈그려 앉은 무명의 초라함, 외로움의 느낌이 그런 느낌이었는데, 그게 신의 모습이 아닐까"라며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서 더 필요한 게 신이 아닐까, 신이 있다면 좀 더 인간미 넘치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고 전했다.

그는 "무명은 신과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다"며 "인간의 존재 이유는 신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으니 신께 '하나님, 당신의 선과 존재 이유가 의심을 받고 있네요' 라고 말씀드리고 싶었다"고도 했다. 그러나 "단 성경에 기반한 신은 아니고, 한국적인 신이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영화 속 '무명'이 한국적 정서에 기반한 신의 현전이라는 묘사다.

앞서 나 감독은 자신의 종교에 대해서는 "기독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 텐데, 지금은 '곡성'을 준비하면서 알게 된 모든 신을 믿는다고 할 수 있다"며 "이 영화는 신을 믿지 않으면 준비할 수 없는 작품이었다. 모든 종교를 다 경험하고 알고자 했더니 내가 처음 접해 보는 신들에 대해서도 믿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지수 freedom@veritas.kr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한국교회 성장 이끌었던 번영신학, 이제 힘을 잃었다"

이원규 감신대 은퇴교수가 '기독교사상' 1월호에 기고한 '빨간불이 켜진 한국교회'란 제목의 글에서 한국교회의 미래가 어둡다고 전망하며 그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학문적 통찰이 없는 신념은 맹신이 될 수 있지만..."

장공 김재준의 예레미야 해석을 중심으로 예언자의 시심(詩心) 발현과 명징(明徵)한 현실 인식에 대한 연구한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김윤식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영적 현존, '경계의 신학'을 '경계 너머의 신학'으로 끌어올려"

폴 틸리히의 성령론에 대한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한국조직신학논총 제73집(2023년 12월)에 발표된 '폴 틸리히의 성령론: 경계의 신학에서의 "영적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길희성은 예수쟁이...그의 학문적 정체성은 종교신학"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가 고 길희성 박사를 추모하는 글을 '기독교사상' 최신호에 기고했습니다. '길희성 종교신학의 공헌과 과제'라는 제목의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솔로몬 왕은 약자들이나 쓰는 속임수를 왜 썼을까?"

아이의 진짜 어머니와 가짜 어머니를 가려낸 솔로몬의 재판은 그의 지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발간된 ... ...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지구라는 개념이 인간에 의해 왜곡되고 짓밟혀왔다"

한신대 전철 교수가 「신학사상」 203집(2023 겨울호)에 '지구의 신학과 자연의 신학'이란 제목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논문에서 전 교수는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이주 노동자 환대의 윤리적 전략 "데리다의 환대"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이 12일 오후 안암로 소재 기윤실 2층에서 '이주노동자의 삶과 교회의 역할'이란 주제로 '좋은사회포럼'을 ...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알쓸신학 7] 중세교회 대중들의 신앙생활

중세의 신학은 기본적으로 스콜라주의이다. 그러나 일반 대중들의 삶과는 거리가 있었다. 스콜라주의 문헌들은 라틴어로 쓰여졌는데, 이것을 읽거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알쓸신학 6] 중세 신학의 대략적 지도: 서방의 '스콜라 신학'과 동방의 '비잔틴 신학'

'중세 신학'이라는 용어는 통상 이 시기의 서방 신학을 가리킨다. 지리적으로는 유럽 지역이다. 초대교회 신학은 북아프리카와 소아시아에서 시작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