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TV리뷰] 욕망에 기생하는 유령수술, 생명가치 회복 시급하다

[SBS스페셜 - 성형외과 의사의 고백 ‘유령수술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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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SBS화면 갈무리)
▲‘유령수술'의 실태를 고발한 “SBS스페셜 – 성형외과 의사의 고백 ‘유령수술의 실체’”

예뻐지고 싶은 마음에 성형외과를 찾았다. 아무래도 성형외과는 강남이 유명하기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정보를 확보하고 의원을 찾는다. 상담실장은 얼굴 이곳저곳을 보더니 고객이 원하는 곳 외에 다른 수술이 필요하다고 권유한다. 성형외과 원장은 의학용어를 곁들여가며 상담실장을 거든다. 무엇보다 상담실장은 고객을 안심시키기고자 파격적인 가격 조건을 제시한다.

현재 강남 일대, 특히 압구정동에 몰려 있다시피 한 성형외과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그러나 처음 상담과는 달리 수술이 잘못됐다면? 집도의가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다른 의사라면 어떤 기분일까?

지난 4월10일(일) 방송된 [SBS스페셜 - 성형외과 의사의 고백 '유령수술의 실체'] 편은 그간 언론을 통해 종종 불거졌던 '유령 수술', 즉 환자를 진료한 담당의사가 아닌, 다른 의사나 간호사로 바꿔치기해 진행하는 수술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유령수술 실태는 ‘충격적'이라는 수식어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심각했다. 대표원장이 자신의 측근을 시켜 간호사를 3개조로 나누고 이들에게 시술을 맡기는가 하면, 의사 한 명이 동 시간대 세 명의 환자를 수술하도록 일정이 잡힌 경우도 있었다. 뿐만 아니다. 대표원장이 수술 중인 집도의를 강압적으로 불러내는 일까지 버젓이 자행됐다. 이로 인해 수술 받던 10대 환자는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성형외과 전문의들 조차 유령수술 행위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은 이런 행위가 자행되는 원인을 두 가지로 지적한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돈'이다. 예뻐지고 싶어하는 욕망에 기생해 이익을 극대화하려다 보니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이 일이 버젓이 횡행한다는 의미다.

환자 두 번 울리는 병원의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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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 SBS화면 갈무리 )
▲'유령수술'의 실태는 생각 이상으로 심각했다. 전문의들도 경악했다.

‘시스템'은 유령수술을 부채질하는 또 다른 요인이다. 성형외과는 만약의 사고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놓고 고객을 맞이한다. 그러다보니 사고가 생기면 고객은 어디에도 호소할 수 없는 신세로 전락한다.

환자를 울리는 구조적인 요인은 또 있다. 유령성형으로 피해를 입은 한 환자는 에 출연해 "대학병원에 가니, 의사들이 아픈 사람 앉혀놓고 ‘소송하지 마라, 100% 진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결국 의사들의 동업자 의식이 약자일 수 밖에 없는 환자들의 처지를 더욱 옹색하게 만들어 버리는 셈이다.

유령수술 행위의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고객들이다. 의사들 역시 그 폐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유령수술이 당장 없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대한민국 성형시장의 현주소를 살펴보자. 시장 규모 7조 5천 억원, 한해 시술 건수 98만건, 세계시장 점유율 1/3. 지표만 따져도 이 나라는 가히 ‘성형공화국'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국제미용성형수술협회(ISAPS)에 따르면 2011년 기준 한국여성 다섯 명 가운데 한 명이 성형수술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 들어 남녀를 불문하고 20대 중후반의 취업준비생들이 성형수술의 유혹을 받는다. 허영 때문이 아니다. 취업경쟁에 내몰리다보니 면접관에게 좋은 인상을 주고자 성형수술을 고민한다는 말이다. 결국 성형수술 시장은 마르지 않는 샘이나 다름 없다.

성형수술 실태에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고 싶지는 않다. 예뻐지고 싶은 욕심은 인간 본연의 욕망이어서다. 단, 성형이 예뻐지고 싶은 욕망을 채워줄 유일한 방법은 아님을 인식하는 게 먼저 아닐까? 그리고 정히 성형을 해야겠다는 결심이 섰다면, 반드시 전문 의료인과의 신뢰구축이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 에서도 ‘의료진과의 신뢰 구축'을 강조했다.

대부분의 성형외과에서 환자 상담은 ‘부원장', 혹은 ‘실장'으로 불리는 사무장들의 몫이다. 이들은 전문 의료인이 아니다. 이들은 고객의 귀를 현혹해 지갑을 열게 만드는, 말하자면 영업사원이다. 병원들은 수익을 내야 하니 수완 좋은 사무장 영입에 공을 들인다. 심지어 사무장이 의사 명의를 빌려 병원을 개업하는, 이른바 ‘사무장병원'도 공공연히 의료행위를 하는 실정이다. 성형을 결심하고 의원을 찾았다면, 이들의 말에 귀기울이는 건 절대 금물이다.

사람은 생김새와 무관하게 저마다 소중한 생명가치를 지닌 존재들이다. 기독교의 관점에서 보자면, 인간은 물론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는 하나님의 숨결을 지닌 존재다. 예쁜 외모만이 자신을 가치 있는 존재로 만드는 게 아니다. 그보다 존재 그 자체로 아름답다는 말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유독 한국사회에서는 생명가치 보다 돈을 우선시하는 풍조가 강하다. 유령성형 행위는 가치전도로 인해 불거진 병리현상일 것이다. 무엇보다 생명가치의 회복이 시급하다.

지유석 luke.wycliff@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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