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대담

[대담] 독일역사박물관, <종교개혁500주년 루터 효과> 전시회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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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지유석 기자)
▲본지 논설주간 서광선 박사(좌)와 지자크(우)

편집자 주] 독일역사박물관 <종교개혁 500주년 루터 효과> 프로그램 담당인 안네 카트린 지자크(Anne-Katrin Ziesak) 국장이 한국을 방문했다. 그녀는 500년 전 루터의 종교개혁이 피선교국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독일에 소개하려는 목적으로 스웨덴, 미국, 탄자니아, 한국 등 4개국을 방문하고 있다. 지자크 국장과 서광선 본지 논설주간과의 대담 자리에는 독일자유대학에서 종교학을 전공한 심은정 박사(후보)와 이인기 편집국장 및 지유석 기자가 배석했다.

서광선 박사(서): 이번 한국 방문이 처음이신가요? 방문 목적을 알려주시겠습니까?

안네 카트린 지자크 국장(지자크): 네, 첫 방문입니다. 독일역사박물관에서 내년에 개최할 <종교개혁 500주년 루터 효과> 행사를 준비하면서 관련된 전시회를 기획중입니다. 한국의 개신교가 전시회의 한 장을 차지하게 될 전망이어서 관련된 정보와 유류품들을 조사하고 연구할 필요가 있기에 이번에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 전시회의 일정은 어떻게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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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지유석 기자)
▲본지 논설주간 서광선 박사

지자크: 2017년 4월12일부터 11월5일까지입니다. 이 날짜를 선택한 데는 특별한 이유는 없으나 그 기간 내에 독일에서 종교개혁과 관련된 중요한 전시회가 두 개 더 열릴 예정이어서 그 일정과 연동된 것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 한국 이외에 몇 개국을 방문하실 예정이신가요? 루터의 영향을 추적하는데 있어서 한국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알려주십시오.

지자크: 우리는 루터의 종교개혁이 독일 내의 사건으로만 인식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그 종교개혁은 16세기 유럽 전역에 영향을 끼친 사건이었고 칼빈, 침례교, 가톨릭 등의 종교개혁으로도 이어졌으며 사람들의 생활방식과 세계관을 바꾸어놓은 운동이기 때문입니다. 이후 여러 나라들로 개신교가 전파되면서 500년의 세월 동안 각 나라마다 독특한 양상으로 종교개혁의 영향을 구성해오기도 했지요. 이번 전시회를 기화로 그 양상들을 독일에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 나라들 중 우리는 특별히 스웨덴, 미국, 탄자니아, 그리고 한국을 선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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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지유석 기자)
▲본지 논설주간 서광선 박사와 지자크

스웨덴과 관련해서는 국가교회로의 성립이나 이교도들에 대한 전도, 그리고 18세기 경건주의 운동의 여파 등이 주요 관심사이며, 미국은 특히 펜실베이니아 주에 집중해서 국가건립의 과정에 대한 기여, 다양한 기독교 분파의 성립과 공존의 양상, 대각성 운동의 여파, 노예제도 옹호 및 철폐 운동 등이 제시될 것입니다. 탄자니아는 아프리카 국가들 중에서 이슬람과 개신교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특이한 상황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한국은 유럽인들이 놀랄 정도로 개신교의 교세가 강하기 때문에 선택되었습니다. 한국에서의 개신교 도입 시기, 성서 번역, 한국 여성에 대한 계몽, 독립운동에 대한 기여 등의 요소들도 제시될 것이지만 오늘날 한국사회에 대형교회가 많은 현상은 유럽인들에게는 매우 특이하게 여겨지고 있습니다.

: 그것이 한국을 선택한 이유이군요. 그런데, 아프리카에서 에티오피아가 선택되지 않은 것이 궁금하군요.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에 에티오피아 일부 지역이 독일에 점령되기도 해서 탄자니아보다는 에티오피아와 더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지 않습니까?

지자크: 탄자니아가 루터교의 교세가 특별히 강한 곳입니다. 이슬람과 기독교의 평화로운 공존이 특이할 뿐만 아니라 루터교의 교세 때문에 루터 효과를 확인하기에는 매우 적절한 나라입니다. 독일선교박물관에도 탄자니아에서 제공된 물품들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독일 루터교와 다른 전통을 지닌 루터교도 있습니다.

: 알겠습니다. 종교개혁 관련 전시회가 3개나 개최된다고 말씀하셨는데, 다른 전시회에 대해서도 알려주시겠습니까?

지자크: 종교개혁과 관련해서 우리 독일역사박물관과 바르트부르크 재단 박물관, 작소니 루터기념재단 박물관이 전시회를 개최합니다. 각 전시회마다 주제들이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전체적으로는 종교개혁의 힘을 포괄적으로 조망하고자 하는 의도로 기획된 것들입니다. 우리 박물관은 베를린에 위치하고 있고 다른 두 박물관은 루터가 활동했던 지역에 건립된 것들입니다. 독일역사박물관에서는 4월12일부터 11월5일까지 전 세계 개신교 500년 역사를 중심으로, 바르트부르크 성에서는 5월4일부터 11월5일까지 루터의 활동과 관련된 그림 및 물품을 중심으로, 루터기념재단에서는 5월13일부터 11월5일까지 루터의 유품을 중심으로 전시회가 진행됩니다. 박물관별 주요 일정과 관광거점 등에 대해서는 www.luther2017.de를 방문하면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 한국에서도 종교개혁의 정신을 선양하고자 하는 세미나들이 열리고 있습니다. 기독교는 한국사회와 한국교회에 영향을 주었고 독립과 한국전쟁, 그리고 독재정권 등을 거치면서 개혁적 역할을 해왔습니다. 현재는 개신교도와 가톨릭교도를 합치면 그 수자가 전통적으로 다수였던 불교도보다도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대형교회들이 생기게 되고 교회의 부패 양상도 드러나기 시작했지요. 현재 한국교회는 제2의 종교개혁이 필요한 시점에 있습니다. 귀 박물관이 한국교회를 선택해서 독일 및 유럽에 소개해주는 것은 매우 의미 깊지만, 그러한 독일의 전시회의 정신이 한국교회의 상황에 접목되었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건 그렇고, 여의도순복음교회에 가보셨어요?

지자크: 네, 제일 먼저 방문했습니다. 매우 친절하게 해주셨습니다. 교회 건물도 넓고 최신식이더군요. 그러고 보니 서울 시내에서 마주쳤던 거의 모든 건물들이 새것들이었습니다. 거리에 다니는 사람들도 젊은이들이 많았습니다. 반면에, 독일은 과거와 현재와의 연관성이 매우 깊습니다. 건물도 낡은 건물들이 많아서 독일의 과거성을 현재의 시점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네, 종교개혁 500주년 관련 전시회가 세 군데에서나 열린다니 그럴 만도 합니다. 과거 역사를 성찰하는 것은 우리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최근에 일본군의 위안부 동원과 관련된 한일외교협정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반대했었습니다. 독일이 주변국과 선린으로서 지내듯이 제대로 된 사과와 보상을 전제로 할 때 일본도 주변국과 관계를 원활히 할 수 있는데 일본은 그것을 거부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한국정부가 과거의 역사를 잊어버리도록 방조 혹은 조장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종교개혁의 정신을 오늘에 다시 성찰하는 것은 역사 인식을 통해서 교회의 현재와 미래에 관한 방향을 설정하는 중요한 작업입니다. 다만, 한국교회 내에서 개혁의 대상자들이 개혁을 거론하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 그것이야말로 과거를 잊어버리게 하고 역사의 교훈에 대해 예민하지 못하게 만드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용인에 있는 순교자 박물관에는 다녀오셨지요?

지자크: 네, 다녀왔습니다.

: 거기에 저의 아버지 사진도 있습니다. 저의 아버지 목사는 한국전쟁 당시에 공산군에게 총살을 당하셨습니다. 한국전쟁은 한국교회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그런데, 일본이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벌인 뒤에 미국은 일본을 분단시키지 않았거든요? 대신에 한국이 분단되었습니다. 전쟁의 피해국을 분단시켰으니 다시 피해를 끼친 것이지요. 그 피해의 여파가 70년을 이어오고 있는데 어느 누구도 이 피해에 대해서 용서를 빌지 않습니다. 이 상황에서 한국교회는 통일의 문제에 대해서도 다각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이러한 한국교회의 상황을 귀 박물관에서 어떻게 시각화할 지가 과제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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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 ⓒ사진=지유석 기자)
▲지자크

지자크: 아이디어를 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약간 다른 관점이기는 하지만, 독일에서는 종교개혁이 상품화되어 있는 지경입니다. 루터 호텔, 루터 아이스크림, 루터 맥주 등등, 루터가 상품화되는 지경에 이르고 있기는 합니다.

: 한국에서도 크리스천아카데미 혹은 개별교회에서 종교개혁순례여행을 기획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런 행사들이나 상품화된 종교개혁의 상황을 루터가 좋아할까요?

지자크: 아마도 싫어할 것입니다. 하하하.

: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개혁의 정신이 이어지기도 하지요. 역사의 아이러니입니다. 어쨌든, 자료나 사진이나 유품들이 있으면 시각화하는데 도움이 되겠지요. 우선, 한국 민중신학계에서 출판한 판화집이 있습니다. 판화들을 통해서 한국교회의 역사와 현실에 대한 시각 자료를 얻을 수는 있을 것입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에서도 자료를 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한국성서공회를 방문하면 성서번역의 역사에 대한 자료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큰 영감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숭실대역사박물관도 도움이 될 것이구요. 개별 화가들도 소개해드릴 테니 접촉해보시지요.

지자크: 감사합니다.

이인기 ihnklee@verita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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