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박재순 칼럼] 유영모의 삶과 사상

박재순 씨알사상연구소장 · 목사

유영모는 70여 년 동안 날마다 냉수마찰을 했고 40 여 년 동안 하루 한 끼 먹으며 예수와 일치된 삶을 살고 하나님[전체 생명의 님]께 자신을 산 제물로 드리려 힘썼다. 새벽 3시에 일어나 널빤지에 무릎 꿇고 앉아 단전호흡을 하며 명상했다. 그는 결혼의 굴레를 깨트리고(解婚) 식욕과 색욕에서 벗어나 이웃을 사랑하고 이웃을 섬기려 했다. 그는 거짓된 껍데기 삶을 강요하는 식욕과 색욕에서 자유로워야 이웃을 사랑하고 섬기는 참된 삶을 살 수 있다고 보았다.

일본 동경에서 예과를 마친 유영모는 대학진학을 포기했다. 대학공부의 목적이 출세하여 힘든 일을 남에게 시키고 부귀영화를 누리며 편히 살자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대학 공부해서 출세의 길을 가지 않고 겸허하게 땀 흘려 일하면서 사랑으로 가난한 이웃을 섬기는 삶을 살려고 했다. 그것이 참된 씨알의 삶이고 더불어 길이 사는 삶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유영모는 남위에 서서 남을 부리며 놀고먹는 양반이 나라를 망쳤다고 보았다. 그는 대학을 버리고 농사짓고 살기로 하고 시골에 들어가 씨알로서 씨알의 삶을 살았다.

유영모는 몸과 맘을 곧게 했다. 32세 때 오산학교 교장으로 부임해서 맨 먼저 교장실 의자 등받이를 자르고 무릎 꿇고 곧게 앉아 공부하고 일했다. 중국의 정치문화에 대한 사대주의와 권력에 대한 굴종에서 벗어나 주체로서 곧게 서려 했다. 평생 널빤지에 무릎 꿇고 앉아서 하늘을 생각하며 하늘을 향해 곧게 솟아오르려 했다.

그는 예수를 믿을 뿐 아니라 예수의 삶을 살려고 했다. 예수만 십자가 짐을 지게 하지 않고 믿는 이도 함께 십자가 짐을 지고 예수의 일을 해야 한다고 보았다. 예수가 살과 피를 밥으로 주었으므로, 그도 밥을 먹고 세상을 살리는 밥이 되려고 하였다. 그는 40년 동안 하루 한 끼만 먹고 살았다. 아침은 하나님께 드리고 점심은 이웃에게 드리고 저녁만 제 몸을 위해 먹었다. 그는 밥 먹는 것이 예배(제사)드리는 것이라고 하였다. 밥 먹고 사는 것은 다른 생명체의 목숨을 불태워서 힘을 얻어 사는 것이다. 생명체의 목숨을 불태우는 것이 참된 예배다. 밥 한 그릇에 온 우주 생명의 정기와 활동이 압축되어 있고 농부와 상인과 밥 짓는 이의 수고와 땀이 들어 있다. 유영모는 밥값은 “밥의 가치의 몇 억 분의 일도 안 된다. (밥은) 순수하며 거저 받는 하나님의 선물이다”고 했다. 

그는 역사와 사회의 무거운 짐을 지고 고생하는 노동자 농민이 오늘의 희생양 예수라고 했다. 빨래하고 청소하는 여성들이 귀인(貴人), 한사(閑士)들의 속구주(贖垢主: 더러움을 씻어주는 구세주)라고 했다. 이것은 교회와 사회를 근본적으로 뒤집는 민주적이고 혁명적인 사상이다. 이 생각이 함석헌의 씨알사상, 70년대의 민중신학으로 발전되었다.

 

좋아할 만한 기사
최신 기사
베리타스
신학아카이브
지성과 영성의 만남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한국교회 성장 이끌었던 번영신학, 이제 힘을 잃었다"

이원규 감신대 은퇴교수가 '기독교사상' 1월호에 기고한 '빨간불이 켜진 한국교회'란 제목의 글에서 한국교회의 미래가 어둡다고 전망하며 그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학문적 통찰이 없는 신념은 맹신이 될 수 있지만..."

장공 김재준의 예레미야 해석을 중심으로 예언자의 시심(詩心) 발현과 명징(明徵)한 현실 인식에 대한 연구한 논문이 발표됐습니다. 김윤식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영적 현존, '경계의 신학'을 '경계 너머의 신학'으로 끌어올려"

폴 틸리히의 성령론에 대한 연구논문이 발표됐습니다. 한국조직신학논총 제73집(2023년 12월)에 발표된 '폴 틸리히의 성령론: 경계의 신학에서의 "영적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길희성은 예수쟁이...그의 학문적 정체성은 종교신학"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가 고 길희성 박사를 추모하는 글을 '기독교사상' 최신호에 기고했습니다. '길희성 종교신학의 공헌과 과제'라는 제목의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솔로몬 왕은 약자들이나 쓰는 속임수를 왜 썼을까?"

아이의 진짜 어머니와 가짜 어머니를 가려낸 솔로몬의 재판은 그의 지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발간된 ... ...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지구라는 개념이 인간에 의해 왜곡되고 짓밟혀왔다"

한신대 전철 교수가 「신학사상」 203집(2023 겨울호)에 '지구의 신학과 자연의 신학'이란 제목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 논문에서 전 교수는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이주 노동자 환대의 윤리적 전략 "데리다의 환대"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이 12일 오후 안암로 소재 기윤실 2층에서 '이주노동자의 삶과 교회의 역할'이란 주제로 '좋은사회포럼'을 ... ... ...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알쓸신학 7] 중세교회 대중들의 신앙생활

중세의 신학은 기본적으로 스콜라주의이다. 그러나 일반 대중들의 삶과는 거리가 있었다. 스콜라주의 문헌들은 라틴어로 쓰여졌는데, 이것을 읽거나 ...

Warning: addcslashes() expects exactly 2 parameters, 1 given in /home/hosting_users/veritasnews/www/views/main/inner2023/archive.php on line 16

[알쓸신학 6] 중세 신학의 대략적 지도: 서방의 '스콜라 신학'과 동방의 '비잔틴 신학'

'중세 신학'이라는 용어는 통상 이 시기의 서방 신학을 가리킨다. 지리적으로는 유럽 지역이다. 초대교회 신학은 북아프리카와 소아시아에서 시작해 ...